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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핵 주권론’ 어떻게 볼 것인가?

관리자 기자  2011.03.08 14: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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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정치학 박사  (한국 국제정치학회 기획이사)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 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의 주요 쟁점은 핵주권론이었다. 질문에 참여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정옥임 의원은 북한의 핵 전력에 대비해 주한 미군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했고,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체 핵개발을 통한 핵주권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마치 지난 1970년대 일부 학자들이 제기한 ‘고슴도치 이론’의 재현이라 할 수 있다. 고슴도치 이론이란 고슴도치라는 동물이 체구도 작지만 온 몸에 가득한 날카로운 가시로 인해 큰 짐승도 함부로 고슴도치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처럼, 약소국이라 할지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강대국들이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고슴도치 이론을 바탕으로 박정희 정부는 1970년대 말 핵개발을 시도했다가 10.26으로 인해 그 결말을 보지 못하고 말았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
문제는 1970년대와 30여년이 지난 2011년의 국내외 정세는 확연히 다를 뿐 아니라, 그 의미와 실현성에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의 확보인데 플루토늄 또는 농축 우라늄이 그것이다. 이 핵물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사찰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IAEA를 탈퇴하기 전에는 이 물질을 확보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만일 우리가 비밀리에 핵물질을 확보하려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대미, 대 EU 수출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수출에 60%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를 깡그리 망칠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비밀리에 핵물질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이를 무기화하기 위해서는 기폭장치의 개발과 핵실험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남한 어느 곳에서도 핵실험을 할 수가 없다. 1990년대 울진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데도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경험했고, 2004년에는 방폐장 건설 문제로 부안사태를 경험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핵실험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날 국회에서 제기된 핵주권론은 당장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 대정부 질문 다음날인 26일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산케이 신문에서는 이 문제를 톱기사로 취급하면서 한국에서 핵개발 논의를 할 경우 일본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노골적으로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켰다. 일본은 최근 중국에게 2위 자리를 빼앗겼지만 막강한 경제력에 걸맞는 군사대국을 꿈꾸고 있어 소위 맥아더 헌법(평화헌법)을 개정하고 UN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핵 보유가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위한 빌미를 우리가 제공하는 격이 되어 버렸다. 즉, 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 격이 되어버렸다. 
원래 핵무기에 대한 최고의 대비는 핵무기 밖에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론이다.
그러나 복잡한 동북아 정세와 최근 불안한 북한 정세에 비추어 볼 때 국회에서 제기한 핵주권론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인기영합주의에 지우친 감이 있다. 현 정부도 ‘비핵, 개방, 3000’을 대북정책으로 제시하고 있고, 주한 미군과의 긴밀한 군사 안보체제를 공고히 해 나가는 것이 장래를 봐서도 더욱 효율적이라 보여진다. 정부와 우리 군을 믿고, 섣부른 인기영합적 강경론은 자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