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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카이스트대학의 눈물

김윤섭 기자  2011.04.20 12: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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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칼럼리스트

 

최근 3개월 간 카이스트 대학생 4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제자의 죽음을 비관한 것일까? 교수의 자살까지 겹쳐 카이스트대학은 그야말로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목련꽃잎이 슬픔에 젖은 카이스트대학의 눈물은 아닐까? 대학생 자식을 둔 필자의 심정이 착잡하다.

 

무엇 때문에 채 피기도 전에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을까? 서남표식 대학개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다수의 방관자들과 혹시나 좋은 결과를 기대했을 소수의 관료들, 거기에다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 자식의 행복보다 미래의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 동업자들까지 어쩌면 이미 이런 불행은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학교엔 더 이상 행복이 없어요" "총장님 저희는 꿈꾸는 대학생이 되고 싶습니다" 대자보 앞을 지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비틀댄다. 촛불을 들고 선 학생들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고인다. 어른들의 끝없는 욕심에 꿈을 빼앗긴 학생, 꿈 꿀 시간조차 없는 학생, 소통할 대상도 같이 갈 친구도 없이 무한경쟁에 내몰린 학생, 부모이기를 포기한 학부모, 스승보다 출세를 선택한 교수, 좋은 학교 좋은 성적이 성공의 조건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우리의 청년들이 어디엔들 마음 둘 곳이 없겠다.

 

 

서남표 총장이 선택한 개혁은 독선과 오만에 다름 아니다. 그것을 개혁이라고 한다면 개혁은 단지 자신의 성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대학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학생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한 인성과 창의력을 뒤로하고 경쟁을 위한 경쟁으로 더이상 물러 설 곳 조차 없는 상황이 부른 불행한 일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오늘 이런 사태에 이르게 한 것이 한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교육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먼저 학부모가 변해야 한다.

 

학부모는 학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교육현장의 가장 큰 해악이다. 학부모가 되어버린 부모의 그릇된 가치관을 보여주는 카피가 있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학생은 수재나 영재이기 이전에 한 인격체다.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얻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학부모님 이제 그만 부모로 돌아갑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참으라 하지 말고 지금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하면 안 되나요? 교수님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교수님 당신의 제자들이 그토록 아파하고 괴로워 몸부림 칠 때 당신은 대체 어디 있었습니까? 군사부일체라 하지 않습니까? 학교에서는 교수가 아버지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버지의 마음으로 지식 뿐 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도 가르쳐야 합니다. 가슴을 열고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들어줄 단 한 사람의 스승이 곁에 있었다면... 스승은 없고 교수만 있는 학교, 지식만 있고 인성이 없는 학교, 부모는 없고 학부모만 있는 가정, 친구마저 경쟁자가 되어버린 교실은 더 이상 교육의 장이 아닙니다.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갑시다. 부모로, 스승으로, 친구로, 선배로 돌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