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 영등포구 양평유수지 내 제물포터널 환기구 설치와 관련해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앞서 양평동 주민들은 서울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양평유수지 환기구 설치를 비판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제물포터널은 길이 7.53km, 깊이 75m에 달하는 대심도(도심 지하 고속화도로) 터널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구간에 설치 예정인 2개의 환기구이다. 그중 하나가 양평유수지에서 현재 공사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양평동은 신도림환기구, 서부간선배연환기구, 목동환기구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양평유수지 환기구까지 설치되면 4개 환기구의 영향을 받게 된다. 환기구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뇌손상을 유발하는 톨루엔, 에틸벤젠 등을 배출하는 불청객이다.
그러나 양평동 환기구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다수의 인근 주민들은 최근까지도 양평유수지 환기구가 설치 중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비대위의 확인 결과 해당 환기구는 미세먼지 저감효율이 40%밖에 되지 않고, 초미세먼지는 아예 정화항목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공사현장에는 주민들이 문제 삼기 전까지 발파 안내문조차 붙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비대위는 공사현장 99~300m 이내에도 주거지와 여러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가 있어 주민들과 학생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것 같다며 서울시와 구에 설치 중단을 요구했으나 그저 '문제없다'는 반응만 돌아왔다.
이에 여론이 들끓자 관할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영등포갑, 서울시당위원장)은 10월 27일 영등포구 녹색어머니연합회와 녹색자전거봉사단 회원 1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양평유수지 환기구는 미세먼지를 80%까지 정화할 수 있는데도 일각에서는 40%밖에 정화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11월 2일 개최될 주민설명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언급했었다.
2일 오후 2시부터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는 김 의원의 모두발언, 서울시 관계자의 양평유수지 환기구 및 비상구 설치 진행사항과 취지 설명,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김 의원은 "저는 28년간 영등포에 살아왔고 죽을 때까지 영등포를 떠날 생각이 없는 영등포주민이자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유해물질로부터 누구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주민설명회는 해당 공사의 찬반 의견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면 듣고 시정하려는 의미로 개최된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새 총리 임명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있다며 도중에 자리를 떴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방재시설부장은 제물포터널 관련 교통 현황 및 기대 효과, 양평유수지 환기구 설치 관련 진행사항 및 취지에 관해 설명한 뒤 양평동 환기구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 7가지를 반박했다.
특히 제물포터널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전기집진설비를 통해 80% 이상 집진할 수 있어 '양평유수지 환기구는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PM2.5)를 거르지 않고 100% 배출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양평유수지 환기구의 직접영향권은 150m라는 점 등을 들어 환기구로부터 2km 이내에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 부장의 발언이 끝나자 한 주민은 4대강 사업을 예로 들며 환경영향평가가 실제 사업 결과와 100% 일치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고, 다른 주민 또한 이론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서울시가 100% 책임질 수 있을 경우에만 환기구 설치에 동의하겠다며 첨예하게 맞섰다.
양측의 의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시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앞서 이와 비슷하게 마찰을 빚었던 서부간선지하도로 환기구의 경우 관할 지역구 의원인 박영선 의원(구로을)은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설치를 중단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