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달력 속 날짜는 누구에게나 같은 숫자로 적혀 있지만, 그 하루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게 기억된다. 누군가에게 별다른 일이 없었던 날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생일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입학식이 있는 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다가올 특별한 날을 기다리고, 기념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2002년 6월 29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날은 손꼽아 기다려 온 생일이었고, 마침 대한민국과 터키의 한일 월드컵 3·4위 결정전이 열리는 날이었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가족들과 함께 거리 응원에 나서자 곳곳에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응원 인파가 가득했고, 한여름 날씨보다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 촛불을 껐던 그 날의 풍경은 유년 시절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바로 그날은, 누군가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슬픔의 날이기도 하였다. 역사의 달력은 그날을 ‘제2연평해전’이라고 부른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교전이 발생했고, 대한민국 해군 장병 여섯 명이 나라를 지키다 전사했다. 누군가에게는 생일로 기억되는 6월 29일이,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상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여섯 용사의 기일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서해에서의 희생은 그날에 그치지 않았다. 2010년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는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 23일에는 북한의 포격으로 2명의 해병대 장병이 목숨을 잃은 연평도 포격전이 있었다. 다른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3월 26일과 11월 23일 역시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기념일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평범한 하루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친 바다에서 전우를, 아버지를, 아들을 떠나보낸 이들에게는 해마다 돌아오는 아픔의 날이 되었다.
매년 3월 네 번째 금요일은 서해를 지키다 순직한 55명의 용사를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이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함께 기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특정 사건의 날짜를 지정하지는 않았으나, 세 사건 가운데 우리 군의 희생이 가장 컸던 천안함 피격 사건이 2010년 3월 26일 금요일에 발생한 점을 고려하여 같은 요일로 기념일을 정하였다. 201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서해수호의 날은 해마다 돌아오며 우리에게 그날의 서해와, 그곳에서 순직한 장병들의 위대한 헌신을 되새기게 한다.
우리는 올해로 열한 번째 서해수호의 날을 맞이한다. 시간이 흐르면 첫 기념일의 설렘이 점차 무뎌지는 것과 같이, 열한 번째를 맞은 서해수호의 날은 기록 속에만 존재하는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오는 다음 기념일을 맞이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서쪽 바다를 지켜낸 55명의 용사가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도 달력 속 서해를 기억한다. 매년 3월 네 번째 금요일, ‘서해수호의 날’은 그들의 희생이 남긴 의미를 되돌아보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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