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신민수 기자] 제주의 봄은 '고사리철'이다.
4월을 전후로 중산간 들녘 곳곳에는 새벽부터 고사리를 꺾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초여름에 접어들면 잎이 펴버리거나 줄기가 질겨지기 때문에 고사리가 여리고 부드러운 이 시기에 고사리를 채취하느라 분주하다.
이 시기 제주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등 곳곳에서는 볕 좋고 바람 좋은 곳에 삶은 고사리를 널어 말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임금님 진상품' 맛도 영양도 으뜸…'고사리 장마' 후 쑥 자라나
고사리는 맛있고 영양 성분도 훌륭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린다.
그중에서도 한라산 중턱에서 자라는 제주 고사리는 통통하고 부드러워 맛 좋기로 유명하다. 과거 '궐채'라고 불리며 임금에 진상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학생들이 고사리를 꺾으러 갈 수 있도록 봄철 '고사리 방학'을 하기도 했다.
'고사리 장마'라는 말도 있다. 기상·기후학의 장마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4월을 전후로 비가 내려 대지를 적시고 나면 고사리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쑥 자라난다는 의미다.
누군가 이미 꺾은 자리에서도 비가 내리고 나면 금세 새순이 다시 자라난다.
이 때문에 고수들은 비가 내린 뒤 고사리가 올라오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특히 새벽에 채취에 나서면 고사리가 더 잘 보인다고들 한다.
초보자들은 우르르 들판이나 숲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고수들은 숨겨둔 '포인트'를 찾아간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공지능 앱 사용이 늘어나면서 챗GPT나 제미나이 등에 고사리 명당을 검색해 찾아간다는 사람들도 있다.
요새는 고사리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고사리 채취가 낯선 이들에게 꺾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채취해보는 것부터 직접 꺾어온 고사리를 삶고 말리기까지 해보는 등의 식이다.
다양한 '고사리 아이템'도 판매한다. 앞에 큰 주머니가 달려있고 주머니 아래쪽에는 지퍼가 있어서 고사리를 담고 빼기 쉬운 '고사리 앞치마', 바닥에 쪼그려 앉을때 편한 밭일용 작업 방석 등을 챙겨가면 편하다.
◇ 한참 꺾다 보면 "여기가 어디야"…길 잃음 사고, 뱀·진드기 주의해야
고사리 명당을 찾아 혼자 숲 깊숙이 들어갔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땅에서 올라온 고사리를 찾아 꺾으려면 허리를 구부려 몸을 숙이거나 쪼그려 앉게 되기 마련이다. 주위를 살피지 않고 바닥만 보며 '고사리 삼매경'에 빠졌다가 뒤늦게 고개를 들었을 때 '여기가 어디야?' 하며 당황하기 십상이다.
중산간 깊은 숲속에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곳도 있다. 험한 지형에서 낙상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실제 봄철 고사리 채취객이 길을 잃는 일이 속출하기 때문에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매년 이 시기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대응태세를 강화한다.
최근 5년(2021∼2025) 도내 길 잃음 안전사고는 총 558건으로, 연평균 111건 이상 발생했다. 이 중 인명피해는 부상 8명으로 집계됐다.
사고의 60.5%는 봄철(3∼5월)에 집중됐으며, 특히 4월에 38.7%(216건)가 집중됐다. 또한 사고 유형별로는 고사리 채취 중에 발생한 길 잃음 사고가 41.6%(232건)로 가장 많았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중산간 일대에는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곳이 많아 수색·구조와 순찰에 구조견에 드론까지 투입되고 있다.
길 잃음 사고를 예방하려면 항상 일행과 함께 다니고 휴대전화와 보조 배터리, 호각 등을 준비해야 한다. 비상시에 대비해 체온 유지를 위한 점퍼와 우의, 물과 비상식량, 손전등도 챙기는 것이 좋다.
채취 중 수시로 일행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자주 주위를 살펴 너무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또한 뱀이나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가시덤불 등에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튼튼한 재질의 바지와 장화 등으로 몸 곳곳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 육개장, 비빔밥 등 고사리 음식 '다채'…4월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고사리 꺾기로 '손맛'을 봤다면 그다음은 다양한 고사리 음식의 풍미를 즐길 차례다.
꺾어온 고사리는 독과 쓴맛을 빼기 위해 푹 삶아야 한다. 삶은 고사리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각종 요리의 재료로 사용한다. 말리거나 얼려놨다가 제사·명절에 사용하기도 한다.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음식으로는 고사리 육개장이 있다. 돼지고기 육수에 잘게 찢은 고사리와 돼지고기를 넣어 끓이고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끓여낸 음식으로, '베지근'(기름지고 맛이 진한)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돼지고기를 구울 때 고사리나물을 함께 구워 곁들여 먹는 것도 별미다.
제주관광공사는 봄철 즐겨야 할 제주 관광 콘텐츠 중 하나로 '초록빛 제철 식재료' 고사리를 꼽았다.
'고사리 맛집'으로는 고사리와 돼지고기가 더해진 고사리주물럭, 고사리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고사리비빔밥을 판매하는 식당을 추천했다.
'동백마을에서 고사리 동백기름 파스타 만들기'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신흥2리 동백마을에서 직접 짜낸 동백기름과 제주 고사리로 파스타를 만들어보는 쿠킹 클래스다.
고사리철이 절정을 이루는 4월 중순에는 고사리를 소재로 한 축제도 열린다.
4월 18∼19일 주말 이틀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1622-5 일대에서는 제30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을 찾으면 넓은 들판에서 고사리 꺾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또 고사리 삶기 시연, 황금 고사리를 찾아라, 고사리 음식, 이색 경매, 고사리 연날리기 등 고사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연, 가요제 등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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