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가 출범한지 1년을 맞았다. 본지는 ‘오직 구민만 바라보는 행정을 하겠다’고 강조하며, 지역 곳곳에서 주민들을 만나며 구정을 펼쳐 온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을 만나 지난 1년간의 구정운영 성과와 앞으로 추진될 주요 정책사업들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먼저 38만 영등포구민께 인사 한 말씀?
- 존경하는 38만 영등포구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입니다.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변함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31년 전인 1992년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으로 공직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중앙부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당시 시작된 지방자치야말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성공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16개 광역자치단체의 맏형 격인 서울시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20여 년 동안 서울시, 청와대를 거치며 지방자치를 경험하고 깊이를 더했습니다. 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지역 발전의 명암이 갈리는 것을 지켜보며, “더 이상 중앙정부가 지역의 발전을 챙겨주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연장이 아니라 주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생활자치가’ 돼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자치단체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방의 수준을 높이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해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자치의 뿌리가 튼튼하면 중앙정치가 혼탁해도 주민들의 삶은 안전하고 지역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훈련장입니다. 주민 스스로 자신의 정부를 선택하고, 정책의 객체였던 주민을 정책의 주체로 변모시켜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킵니다.
이러한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순천시와 같이 지방자치가 꽃피운 곳이 있는 반면, 영등포는 그동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발전이 더뎠습니다. 구로공단이 첨단 디지털단지로 변하는 동안 문래동 기계금속 단지는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재개발·재건축은 기약이 없었고, 학생들은 명문 학군을 찾아 떠나고 있으며, 어르신들은 환경이 열악한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발전의 차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혹시 잘못된 정치가 지역 발전을 가로막아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밤낮없이 머리를 맞대고 구민의 이익을 늘릴 궁리를 해야 합니다. 당파로 나뉘어 서로 다툴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영등포는 바뀌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 생활자치를 실현해 지역 발전을 이끌고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영등포가 서울 서남권의 종가이자, 서울 3대 도심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제가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성과를 수확하고 치적
을 남기는 구청장이 아니라, 영등포의 미래와 후대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정책 판단의 기준은 개인의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닌 오직 구민의 이익뿐입니다. 역사의 준엄함을 인식하고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아닌 ‘영등포 구민당’ 당원이라는 각오로 영등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로운 영등포를 만들기 위해 주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제2세종문화회관 부지 변경과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돼오던 시설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구민을 위한 올바른 결정인지는 역사가, 후손들이 평가할 것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다르지 않습니다. 정파를 떠나 편견 없이 현재를 똑바로 보는 것이 미래를 내다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진정 영등포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헤아려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Q. 취임 후 지난 1년간의 소회와 공약 사업 추진 성과에 대한 설명?
- 지난 1년은 크고 작은 어려움과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며 영등포의 변화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한 해였습니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 현장 탐방과 희망·행복 구민 간담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주민을 만났습니다. 또한 추운 겨울 패딩옷을 입고 시작해
녹음 우거진 5월까지, 지역 내 170개소 전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구민 여러분들의 성원과 직원들의 노력으로 적지 않은 성과도 거뒀습니다. 먼저 국무총리 표창 2건을 비롯해 중앙부처와 서울시 등 각종 대외기관 평가에서 총 34건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평가에서도최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115년 만의 집중 호우를 최선을 다해 극복한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시간당 111㎜가 넘는 큰 비가 내려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구민 여러분의 헌신과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구민들께서 침수 피해 이웃을 위한 성금과 성품을 8억 원 넘게 모아 주셔서, 추경예산안 편성 없이 반지하 주택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사업의 전제인 구유지의 반영구적 무상사용 동의가 법적으로 불가능함을 확인, 시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문래동 공공부지를 구민이 주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되찾았습니다. 120년 동안 영등포를 둘로 갈라 놓은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 시작됐고, 지지부진하던 재개발·재건축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메낙골 공원 조성 기반이 마련됐고, 대중교통 불모지였던 신길뉴타운은 6713번 시내버스 노선 신설로 숨통이 트였으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접근성 개선을 위해 6007·6008번 공항버스 노선을 신설·개편했습니다.
여의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진흥계획이 13년 만에 승인을 받는 등 디지털 금융 중심지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또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위한 공간인 ‘영등포 오랑’도 순조롭게 운영하고 있으며,‘선유로운’과 같은 로컬브랜드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영등포 미래 교육을 책임질 ‘영등포 미래교육재단’이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선도할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특별구’ 조성도 서울시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 평생학습 도시를 위해 서울대, 연세대, 동국대 등 명문 대학교와의 업무 협약도 잇따라 체결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 교육’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꿈더하기 학교’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운영, 이를 부러워하는 자치구가 많습니다. 특히 배움의 시기를 놓친 70~80대 어르신들이 검정고시 없이 초·중등 졸업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만학의 터전 ‘늘푸름학교’는 영등포의 자랑입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 어르신 복지도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말로만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부가 효자가 돼야 합니다. 1년 365일을 어버이날처럼 지내실 수 있도록 경로당 운영비와 중식비를 인상했으며, 입식 가구 교체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구립과 사립 경로당의 차별을 없애고, 재개발·재건축 시에도 경로당 시설 확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독박 요양, 독박 간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요양 보호 가족 휴식제도’도 7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Q. 이번 구의회 추경 예산안 심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예산안 심사는 구의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의원님들께서 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으로 존중하나,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추경 예산안은 지난해 알뜰히 구정을 운영하고 남은 순세계잉여금 1,573억 원과 국시비 집행잔액 192억 원, 지방세 수입 감소 237억 원 등 총 1,609억 원을 편성해 구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23%가 넘는 약 371억 원을 조정, 최근 다섯 번의 추경에서 평균 0.40%를 조정했던 것과 비교해 약 50배에 달하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내용 면에서도 영등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과 어르신들의 노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먼저 의회에서는 영등포구청 신청사를 짓기 위해 기금으로 모아 두려고 했던 500억 원 중 70%에 해당하는 350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영등포구청 건물은 1976년 지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노후 구청사입니다. 매년 수리와 관리를 위해 많은 예산이 들고 있으며, 늘어난 행정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별관을 따로 운영하는 실정입니다. 구청 본관에 왔다 별관으로 가야 한다는 안내에 힘든 발걸음을 돌리는 주민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신청사 건립을 위해 강서구가 920억, 강북구 2,932억, 종로구 2,257억을 마련하며 발 빠르게 준비한 데 비해, 영등포만 뒤쳐질까 봐 우려가 됩니다. 특히 이번 청사 건립 기금 적립으로 예상한 5년간 122억 원의 이자수익도 대폭 줄어들 전망입니다.
또한, 정부의 도심철도 지하화 추진에 대비한 준비도 뒤로 미뤄졌습니다. 최근 도심철도 지하화를 위해 특별법을 마련하고 총 45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구체화된 계획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바야흐로 120년 동안 둘로 나뉜 영등포가 하나의 영등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주변 개발계획을 미리 준비했듯 국토부와 국회, 서울시 등에 구민들의 바람을 적극 건의하기 위해서는 미리 청사진을 그려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관련 용역 예산 전액 삭감으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없게 됐습니다. 영등포동, 영등포본동, 도림동, 문래동, 신길1동 주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입니다.
가장 유감인 것은 경로당 관련 예산의 삭감입니다.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리신 어르신들을 위한 예우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영등포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평가한 후 선도적으로 어르신 복지 모델을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 대한민국 모든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자,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산 삭감으로 경로당 회장님과 총무님의 수고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과 홀로 계신 어르신을 위한 원예치료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낡은 냉장고와 TV도 당분간 더 써야 합니다.
무릎이 아픈 어르신을 위한 식탁도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어르신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구청과 구의회 모두 영등포의 발전을 위해 한마음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추경예산안 심사는 단지 의견이 달랐을 뿐 개인의 선호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구민을 희생시킨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등포의 도약과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Q. 최근 ‘안전’과 ‘경제 회복’이 화두, 이와 관련한 대책방안은?
- 지난 1년 각종 사건 사고로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지은 지 6년 만에 무너진 ‘도림 보도 육교’는 기본에 충실한 행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구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본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수해 예방입니다. 지난해와 같은 일이 없도록 침수 세대 전체를 조사해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휴대용 물막이판과 같은 수방자재를 추가로 확보하고 배수관로 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빗물받이는 빗물이 흘러가는 주요 통로로 늘 관리가 필요합니다. 지역 내 전체 빗물받이 2만 5,516개소에 대한 1차 준설을 완료했으며, 매월 빗물받이 청소의 날을 운영하는 등 보다 더 세심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아울러 침수 예보·경보제를 시행해 피해 예방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동행파트너와 돌봄공무원 등 매칭을 통해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예방 중심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축제와 행사장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했습니다.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를 취임 이후 341대 늘렸으며,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 보행안전 시설물, 교통안전 표지, 미끄럼방지 포장 등을 꾸준히 늘리겠습니다. 아울러 구민생활안전 보험과 자전거보험 등을 통해 사고 시 보다 두터운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경제회복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高 시대를 맞아 민생경제 활력 회복과 경제적 약자 지원, 미래 준비에 초점을 두겠습니다. 노후 전통시장을 쾌적한 전통시장으로 바꾸기 위한 현대
화 사업을 지속 추진합니다. 또 중소상공인에게 기금과 특별신용보증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 자생력을 강화하고, 온라인 컨설팅과 역량 강화 교육, 판로 개척을 지원해 경쟁력을 키우겠습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일자리플러스센터와 구인·구직 만남의 날 개최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매칭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일자리를 통해 더 많은 어르신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들을 위해서는 코딩과 디지털 마케팅 등 4차 산업 관련 교육을 실시,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겠습니다.
Q. 문래동 기계금속 단지 이전 등 현재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 현안은?
- 가장 큰 현안은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부지 변경입니다. 문래동 공공부지는 당초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예정지였으나, 서울시의 계획 변경으로 구민이 주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칭)영등포 예술의 전당을 건립할 예정입니다.
당초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사업은 법적 검토가 제대로 안된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사업입니다. 새로운 문제가 아닌 당초부터 갖고 있던 문제가 불거져 예정지가 변경된 사업입니다. 저 역시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제2세종문화회관 신속 건립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으나, 공약 이행을 위한 검토 과정에서 사업 추진의 기본 전제인 토지의 반영구적 무상사용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불가능한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입지가 좁아 우리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외에도 구민을 위한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점, 구유지를 무상으로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확정된 구민의 이익이 없는 점, 구에서 양평동 공공복합시설 건립을 위해 시유지를 무상 사용하고자 요청했음에도 결국 유상으로 취득할 수 밖에 없었던 것과 비교해 형평에도 맞지 않는 점 등을 들어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구의회 시정연설과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의 주체인 서울시가 이러한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 지난 3월 9일 건립 부지를 영등포 구민의 구유지가 아닌, 서울시 시유지인 여의도공원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문래동 공공부지는 구민이 주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만큼 (가칭)영등포 예술의 전당 건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문래동 주민은 물론 문래창작촌의 젊은 예술가들과 영등포 문화학교 수강생 등 구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시설로 조성, 일상생활 속에서 구민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문화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미 서울시로부터 마중물 사업비 22억 5천만 원을 확보했습니다. 관련 행정 절차 이행과 설계 등으로 착공 시까지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우선 텃밭과 함께 꽃밭정원과 사계절 잔디마당, 야외 운동시설, 어린이 놀이터, 맨발 황톳길 등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시설은 영등포 예술의 전당 건립 시에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입니다.
제2세종문화회관 위치 변경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적 대안 제시가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한 불법 행위는 어디서도 지지받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합니다. 구청장도 구의원도 당연히 법을 지켜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 변경과 관련해 ‘구청의 책임이 없다’는 영등포구의회 자체 법률 자문 결과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홍보판에 불과한 문래동 가림막 철거를 이유로 영등포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구청 3층 회의실을 불법 점거하고, 새벽 4시 이른 시간 구청 앞마당에 불법 텐트를 치고 14일 동안 단식 철야 농성을 벌인 것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현안으로는 영등포의 얼굴을 바꿀 만한 대형 사업인 문래동 기계금속 단지 통이전 사업이 있습니다. 뿌리산업의 보호와 도심 환경 개선, 이전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사업으로, 문래동 기계금속 단지 본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선정해 일괄 이전을 추진합니다.
문래동 기계금속 단지는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고 할 정도의 장인들이 모여 있는 서울의 마지막 남은 뿌리산업 중심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 압력과 임대료 상승,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문래동 1~4가를 중심으로 1,279개 업체만 남았습니다.
기계금속 산업은 특성상 주조와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도색 등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일부 공정의 폐업이나 지방 이전으로 인해 인근 사업체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체 업종의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관련 업체들로부터 이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실태조사와 비교 분석, 이전 규모와 비용 추계, 이전 후보지 선정 평가 지표 개발, 이전 사업비 확보와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에 대한 용역을 마친 후, 서울시·중앙정부와 협력해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이전 후 문래동 부지에는 최첨단 4차 산업 분야 업종을 유치해 여의도 부럽지 않은 신경제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Q. 취임 당시 진정한 지방자치는‘생활자치’라고 강조, 경로당 방문 등 직접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셨다. 주민들의 반응은?
- 진정한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연장이 아닌 오직 주민에게 충성하는 생활자치가 돼야 합니다. 중앙정치는 치열한 국제사회의 경쟁 속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 등 국가적 이슈에 집중하고, 지방자치는 주민과 전문 행정가인 공무원, 지역 정치인이 주체가 돼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생활자치가 돼야 합니다. 참된 지방자치,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린다면 중앙정치가 아무리 혼탁해도 주민들의 삶은 편안하고 지역은 발전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체장이 주민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주민들의 바람을 듣고 해결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은 지자체 공무원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라고 봅니다. 지난 1년 동안 구민의 기대와 바람을 파악하고 영등포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동 현장 탐방과 희망·행복 구민 간담회 등 총 270여 회에 걸쳐 구민을 만나는 현장행정, 소통행정을 펼쳤습니다.
특히 1월 16일부터 5월 30일까지 지역 내 170개 전체 경로당을 방문하고 건의사항을 듣는 ‘어르신과의 따뜻한 동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단순히 안부만 여쭙고 얼굴 도장만 찍는 보여주기식 방문에서 벗어나 건의사항에 대해 각각의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다 보니 1개소 방문에 적게는 30분에서 1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화장실이 없는 곳도 있고, 어떤 아파트 경로당은 주민들이 대형 폐기물로 배출한 것을 주워다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급식도우미가 없어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로당도 있었으며, 냉·난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거나 도배·장판이 오염되고 훼손된 곳은 셀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르신들은 구청장이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셨습니다. 구청장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곳저곳을 보여 주시며 그동안의 설움을 쏟아냈습니다. 어르신들의 불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됐으며, 말씀하신 것들은 순차적으로 해결할 계획입니다. 특히 그동안 구립에 비해 차별받았던 아파트나 일반 경로당을 이용 중인 어르신들도 구립 경로당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겠습니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 시 경로당 시설을 보다 더 잘 갖추도록 유도하겠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신세대 어르신을 위해, 과학과 복지가 결합된 ‘스마트 실버센터’ 개념의 경로당을 선보이겠습니다.
Q. 최근 영등포문화원 위탁계약 연장 불허 통보, 향후 계획은?
- 영등포문화원은 1999년 8월 7일 개원해 지역 문화의 보전과 전승, 발굴 및 계발을 통한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해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입니다. 그동안 영등포는 매년 수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며 운영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20일 3년간의 위탁 기간 만료를 앞두고 실시한 평가에서 지방보조사업자인 영등포문화원이 해서는 안 될 회계와 관련된 다수의 위법행위가 적발됐습니다. 또한 재위탁 신청한 3개년도 사업 계획도 과거의 사업계획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 한 수준으로, 발전 노력은 미흡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문화원은 지방 보조사업자로서도, 수탁자로서도 결격사유가 많아 위탁을 종료키로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소유인 현 영등포문화원 건물은 1971년 지어진 노후 건축물로 전층이 석면 텍스로 되어 있는 등 주민들께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필요합니다. 서울시로부터 3억 3천만 원의 예산을 보조받아 석면 철거, 난간 보수 등의 정비를 완료한 후 올해 말 경 재개관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영등포예술인총연합회나 구립합창단 등 우리 구 예술 단체가 마음껏 연습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재개관 시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비교적 주민 만족도가 높은 문화 예술 강좌는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운영하겠습니다.
Q.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펼쳐나갈 중점사업 세 가지는?
- 모든 구정이 구민 생활과 밀접해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구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지금 영등포는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120년 동안 철도로 인해 둘로 나뉘었던 영등포가 정부와 서울시의 도심철도 지하화 추진으로 ‘하나의 영등포’로 합쳐질 기회가 왔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서울시 준공업지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영등포가 첨단 도시형 일자리 중심지로 도약할 또다른 기회가 될 것입니다.
1년 전 취임식에서 ‘지방자치에 우리의 꿈과 미래가 있다’며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더 나은 영등포를 위해 구정의 동반자인 구의원님들과 소통하고 협력해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희망·행복·미래도시 영등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끝으로 1400여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적인 결정을 내리고 일하는 ‘공익의 대변자’입니다. 다수의 횡포와 권력자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구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해야 합니다. 제가 먼저 부당한 외풍과 압력에 맞서는 방패가 되겠습니다. 공직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신념을 지키며 업무에 매진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또 공직자는 성직자처럼 청렴해야 합니다.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 덕목 중 가장 기본입니다. 부정과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자정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사는 더욱 공정하게 하겠습니다. 업무능력과 공직 책임감, 청렴을 기준으로 직원들 다수가 납득 수 있는 인사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직원들의 고충을 최대한 살피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더욱 소통에 힘쓰겠습니다. 이슬이 모여 바다가 되듯, 직원 여러분들의 노력이 모여 더 나은 영등포가 만들어진다고 확신합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동료로서 한 팀이 돼 영등포의 발전과 구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