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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나의 할아버지

  • 등록 2014.06.03 09:23:17



서울지방보훈청 보상과

김용기 실무관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우리 아버지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신다. 할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도 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할아버지의 산소도 없다.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찾은 것은 할아버지의 군번줄뿐이다. 1950625, 북한군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아직 젖도 떼지 못한 아버지를 고향에 남겨두고 전쟁터로 향하셨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마지막이셨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6월만 되면 얼굴도 모르지만 할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TV에서 전사자 유해발굴과 관련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는데,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저렇게 차디찬 땅 속 어딘가에서 다시 햇빛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금 할아버지는 서울현충원 현충탑에 위패로 모셔져 있다. 자주 갈 수 없는 탓에 서울현충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사이버 참배로 라도 할아버지의 넋을 위로해드리고 있다. 할아버지가 계시기에 내게 호국보훈의 달은 어릴 때부터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6·25 참전유공자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나의 할아버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만일 살아계셨다면 어떠셨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잠깐씩 해볼 때도 있다.

이렇게 6·25전쟁은 결코 멀리 있는 역사가 아니다. 아직도 살아 숨쉬는 역사이고 잊지 말아야할 비극이다. 여전히 많은 6·25참전유공자분들이 살아계시고 그 분들에게는 생생한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있다.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용감하게 참전하셨던 그 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극적인 역사를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호국보훈의 달을 지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호국보훈의 달이 다가왔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헌신하신 분들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할 때이다. 우리 국가보훈처에서는 2014년 호국보훈의 달 슬로건을 희생으로 지켜온 우리 조국, 함께 만들어야 할 통일 한국으로 정했다.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지켜온 것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통일 한국을 함께 아우르는 것이다. 그 분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통일 한국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 덕분에 아픈 역사를 보다 생생히 기억하고 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처럼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널리 스며들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초석이 되고, 통일 한국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보훈처에서도 국가유공자분들의 희생·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고 더 존경받고 예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한 번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마음 속으로 되뇌어 본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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