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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시, 전국 최초 ‘인권친화적 대학생 공동생활 가이드라인’ 수립

  • 등록 2020.04.07 15:33:29

[영등포신문=변윤수 기자] 서울시가 대학교 기숙사 입소생의 인권, 자율성,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한 '인권친화적 대학생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전국 최초로 수립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보장받을 ‘공간권’, 타인에게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자유권’을 비롯해 인권친화적인 공동생활에 필요한 6가지 권리를 제시했다.

 

대학생 기숙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청년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차이'의 공간이다. 이런 차이를 포용한다는 대전제 아래 보다 많은 사람들에 대한 더 많은 권리 보장, 소수자의 차이 고려, 권리 충돌 시 대립을 넘어서는 제3의 방안 모색 등에 중점을 뒀다. 또, 입주 대학생뿐 아니라 기숙사의 행정‧관리자, 청소노동자 등도 공동생활의 구성원으로 보고 이들의 인권도 함께 고려됐다.

 

다만 모든 기숙사에 공통적‧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율을 명시하기보단, 각 대학별로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공동생활 규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6가지 권리를 중심으로 한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8년 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대학생 기숙사 인권 실태조사를 토대로 마련됐다. 조사를 통해 일부 확인된 사생활 침해, 일률적 주거환경, 과도한 생활규칙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운영 방향과 원칙을 담았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생, 기숙사 관계자 등 당사자와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TF가 다섯 차례 회의를 통해 초안을 작성했다.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총괄연구자 이현재 교수)과 협업해 최종안을 완성했다.

‘대학생 거주 기숙사 인권실태조사’는 재학생 7천 명 이상인 서울 소재 대학교 기숙사 28곳과 공공기숙사 2곳 등 총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기숙사에 대한 생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기숙사생을 자기결정권이 있는 인격체보다는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생활규칙이 여전히 존재했다.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려운 일률적 주거환경은 장애인 등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웠다. 입소생들은 ‘출입‧외박 통제’, ‘과도한 벌점제도’를 가장 심각한 인권문제로 꼽았다.

 

6가지 권리는 △공간권(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보장받을 권리) △자유권(타인에게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 △평등권(특정한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안전권(폭력‧재난 등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참여권(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에 참여할 권리) △문화·건강권(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및 문화를 향유할 권리)이다.

 

예컨대, 입출입 시간 강제 등 기숙사생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기숙사 생활규칙은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출입 시간을 강제하기 전 거주자가 늦게 들어올 때 지켜야 할 에티켓 숙지 같은 해결책을 먼저 제시해야 하며, 규제가 있을 경우에도 반드시 학생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불시점검 같은 사생활 침해문제와 관련해서는 거주자가 재실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점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불시점검은 위기‧응급상황시 최소한으로 시행하고 시행 직후 거주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성적에 따라 기숙사에 입실하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보고, 입실 필요성이 현저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경제형편이 어렵거나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이 입실자 선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나 외국인 학생에 대한 명백한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반인권적인 행위임을 명시하고 최소한의 벌점제도 등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위원장 한상희)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인권친화적 대학생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기숙사 운영과 관련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시가 지원할 것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권고했다.

 

시 인권위원회는 “기숙사 내 인권문제가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단지 개인의 권리차원에서 인권을 정당화하거나 개별적 이해관계를 최대화하는 규칙을 수립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며 “또, 구성원들의 인권과 차이를 존중하고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공동체의 삶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율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인권친화적 대학생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서울 소재 대학교 기숙사(국·공·사립 37개교 48개 기숙사)와 인권센터(15개소)에 책자로 배포하고,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시립대학교 기숙사에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실제 규율 마련시 참고할 수 있도록 각 권리별로 관련 사례와 적용 방안을 Q&A 형식으로 담아 이해도를 높였다. 기숙사 거주 유학생들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영어, 중국어 버전으로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김병기 서울시 인권담당관은 “‘인권친화적 대학생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은 관련 분야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며 “대학교 기숙사 외에도 향토학사, 장학관 등에서도 활용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된 만큼, 다양한 공동생활 공간에서 활용해 인권친화적인 주거생활과 포용적 인권존중 문화 확산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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