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오랫동안 조율되지 않은 악기와도 같다. 정성껏 조율하면 맑고 깊은 울림을 낼 수 있지만, 외면하면 어느새 소리를 잃는다. 당산1구역(당산동6가 104번지 일대)은 지금, 서로의 음정을 맞춰 조화를 이루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오랜 시간 각자의 입장과 이해가 엇갈려 왔지만, 이제는 박자를 맞춰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재개발은 단순한 건축 행위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합의와 이해, 그리고 양보를 통해 만들어지는 공동체의 선택이다. 지금 당산1구역에는 그 양보의 미덕과 조속한 사업 추진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만약 이 시점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재개발은 정체와 피로감 속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당산1구역은 2021년 12월 주택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주민설명회(2023년 4월·10월), 신속통합기획안 통보(2023년 5월), 정비계획안 공람 및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2025년 4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비계획이 최종 결정되고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정비계획에는 공동주택 737세대, 최고 39층 규모의 고밀도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으로 종상향됐으며, 용적률은 299%로 설정됐다. 이는 단순히 낡은 주택을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 공간 구조 자체를 새롭게 재편하는 중대한 전환이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주거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좁고 위험한 골목길은 보행자 중심의 안전하고 쾌적한 거리로 바뀌고, 노후 주택 대신 현대적인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교통, 교육, 문화 등 생활 인프라도 함께 정비되면서 지역의 기능과 가치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다양한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설계를 통해 고령층과 청년층 모두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이는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재개발은 단지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용역 시비 보조금 신청 등 후속 절차는 이제 막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공공기여 부담’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공기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 제기다.
지금 당산1구역은 재개발에 필요한 초기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실질적인 사업 착수 직전에 와 있다. 이런 결정적인 시점에서 추진이 지연되거나 갈등이 심화된다면 이 기회는 수년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공공기여는 개인의 손해가 아니라, 더 나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투자이며, 결국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오는 혜택이다.
도시를 다시 설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살고, 관계가 형성되며, 일상이 이어지는 삶의 터전을 더 나은 방향으로 재조직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해와 양보, 그리고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당산1구역 재개발의 조속한 추진은 더 나은 당산동의 내일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명품도시 영등포구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