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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고] 대통령을 위한 변명

이 경 수(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 등록 2013.02.13 09:17:20

요즘 지인들과 술 한잔 걸치고 노래방을 가면 흥에 겨워 한번쯤 불러보는 “남자라는 이유로”라는 노래가 있다.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오~~”로 끝나는 이 노래는 이 땅에 남자로 아버지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두어야 수많은 남자들의 아픔과 회한을 대변해 준다.

며칠 전 퇴임 1개월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이 모 언론사와 퇴임 인터뷰를 하였다. 재임 중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수많은 비판들에 대해서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는데, 그 중에는 정말 억울하게 언론에 비쳐졌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가장 비판적 견해를 표하는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사실 4대강 사업은 언젠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사업임은 분명하다. 영산강과 금강은 홍수 피해 문제를 벗어나 오염이 너무 심해 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전남도지사의 경우 민주당 출신이지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당론에 반대하면서까지 4대강 사업을 찬성한 바 있다.

문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 해도 무려 22조원을 들여 한꺼번에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에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해 어느 한쪽을 먼저 한다면 서로 하겠다고 지자체끼리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순차적으로 한다면 22조원이 아니라 50조원이 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일종의 기회비용의 성격을 갖는다. 기회비용이란 어느 한 사업을 하다보면 반대로 다른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의 경제학 용어인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당장 시급한 영산강이나 금강 사업을 해 보고 결과가 좋으면 나머지 한강과 낙동강을 해도 좋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고, 차라리 22조원 중 절반만 뚝 떼어서 첨단 산업이나 기술개발에 투자하였더라면 지금보다 더욱 나아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선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투표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느니, 어느 강이나 바다에 잘린 손가락들이 둥둥 떠다닌다느니 하면서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이 일부러 나라를 망치려고 했을까? 우리가 IMF를 맞게 된 것도 우리의 의사와는 달리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당한 것이었고, 햇볕정책이 나라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였다고 해도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또 다른 시도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런 국민들의 비판에 대해 그 어떤 대통령도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바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정책은 일종의 기회비용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한다면 저런 정책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예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월남 파병을 앞두고 하루 밤에 담배 6갑을 피웠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고도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외롭고 고독한 자리이다.

지금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밀주의니 불통이니 하는 비판을 넘어서 실망했다느니 손가락 잘라 버리겠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그 자리가 힘들고 엄중하기에, 한번의 선택과 한 마디의 말이 국민들에게 나라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기에 묻어두어야 할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이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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