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등에 경리직원으로 위장취업, 회사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달아나는 수법으로 절도행각을 벌여온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전과가 있는 권모씨(32·여)는 이달 초 인터넷 모집광고를 통해 대림동 모 종합건설회사에 경리로 취직했다. 성실하게 일하는 권씨를 보고 사장 류모씨(50)는 믿음을 갖게 됐고 5일 권씨에게 회사법인통장을 내주며 “돈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당초 권씨는 회삿돈을 훔치기 위해 위장취업했던 것. 통장을 준 것은 그야말로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권씨는 그 길로 은행에서 회삿돈 6550만원을 모조리 인출한 뒤 달아났다.
권씨는 이미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었다. 이날 돈이 회사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권씨는 통장을 가지고 나가기 전 자신이 사무실에서 썼던 전화기, 팩스 등에 묻은 자신의 지문을 모두 지웠다. 취직 때 사용한 이름도 가명이었다.
이같은 권씨의 수법에 지난 5년 간 12개 회사가 감쪽같이 당했다. 피해액은 2억2000여 만원에 달한다. 권씨는 서울 영등포구치소 바로 옆에 있는 상가에 취직, 범행을 저지르는 대담함도 보였다. 경찰은 지문도, 신원도 남기지 않는 권씨의 수법에 애를 먹다가 은행 CCTV 등을 정밀분석, 권씨를 붙잡았다. 권씨는 그동안 훔친 돈을 의류 등 명품을 구입하는데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영등포경찰서는 18일 권씨에 대해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홍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