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나재희 기자]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입지 선정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마포구민들이 잇따라 승소한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가 소각장 입지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절차적 위법성이 있더라도 공공복리를 위해 사업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18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2심 재판부에 사정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사정판결이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 차원에서 적합하지 않다면 법원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가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청구를 인용한 만큼 서울시는 처분에 하자가 있더라도 이를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현저히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새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될 경우 서울시 전역의 생활폐기물 처리가 곤란해지는 등 현저히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이 문제 삼았던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상 하자, 전문연구기관 선정 절차의 하자를 언급하며 "그 위법 내용의 정도가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립된 의결기관인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중립적인 전문연구기관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입지를 선정하도록 한 폐기물시설촉진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처분의 효력을 존속시킬 공익상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폐기물처리시설 공사가 착공되는 등 별도의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해당 처분을 기초로 새로운 법률 행위를 하는 등 신뢰 보호가 필요한 법률·사실관계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처분의 위법성을 해소하는 방안은 서울시가 적법한 입지선정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입지 선정을 위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거치는 것 외에는 달리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입지 선정이 새롭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소송은 서울시가 2023년 8월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옆 상암동 481-6 등 2개 필지를 광역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 신규 입지로 결정했다고 고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마포구 주민들은 법령상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고시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그해 11월 냈다.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과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 선정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청구를 받아들였다. 지난 12일 서울고법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마포구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폐기물시설촉진법상 입지선정위원회의 위원 3명은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 입지선정위원회에는 마포구 주민이 아닌 영등포구, 도봉구 등 주민이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연구기관을 입지선정위원회가 직접 선정해야 하지만, 당시 입지선정위원회는 기관 선정 방법만 의결했을 뿐 기관을 직접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