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경수
2014년 갑오년이 가고 2015년 을미년이 시작된지도 벌써 1달이 다 되어 간다. 2014년이 갑오년이어서 그런지 유난히도 갑들의 갑질이 세간의 화제가 된 한 해였다. 유명 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로부터, 어느 국회의원의 대리기사에 대한 갑질, 종국에 가서는 재벌 회장 따님의 땅콩 회항사건이라 불리우는 슈퍼갑질까지 한 해가 온통 우리사회의 소위 가진자들에 의한 갑질의 횡포가 큰 화제거리가 되었다. 이제 조무래기 갑질부터 슈퍼 갑질까지 온갖 갑들의 횡포가 심했던 갑오년이 지나갔으니 을미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을들이 허리 좀 펴고 고개 좀 들고 살려나 모르겠다.
그런데 을미년에 접어들어도 들려오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우울한 소리들 뿐이다.
1980년대 미국의 경제사정이 나빠지자 미국 국민들은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은 소위 신자유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세계경제를 무한경쟁시대 소위 정글로 내 몰았다. 그 결과가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슈퍼 국가로 성장한 반면에, 국제 금융경제에 무지했고 취약했던 한국을 비롯하여 상당수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게 되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요즘 길거리에서 들리는 대부분의 얘기는 물론 가까운 지인들과 나누는 대화의 내용도 하나같이 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뭐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 말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들어 특히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말들이 시중에 회자가 되고, 이 말은 최근 정부 발표 경제 통계 수치에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 전 세계 국가들은 환율전쟁으로 하루하루를 숨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서 불거진 환율전쟁은 제대로 정신을 차려 대응을 하지 못하면 눈 깜박 할 사이에 한 국가를 나락으로 빠뜨릴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환율전쟁에 편승하여 지난 세월 20년간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우리와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그 동안 일본이 얼마나 이에 대한 준비를 해 왔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그나마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인한 제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럭저럭 버틸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버린 우리 대한민국이다. 엔저 현상으로 대미 대유럽 수출전쟁에서 우리는 일본에 뒤질 것으로 예상되며, 제조업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년 아니 당장 올해 말에 제2의 환란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전망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 투자를 촉진시킨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제조업을 활성화 시킨다 하는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하나 성공할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으니 더욱 큰 문제이다. 개혁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르는 법인데 그 누구도 먼저 스스로 희생하려고 하는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희생을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에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 임직원들에게 “향후 20년 뒤에 우리가 무엇을 해서 먹고 살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된다”라는 말씀을 하신 바가 있다. 이 말은 비단 삼성이라는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가, 작게는 우리 영등포도 이 말의 뜻을 잘 새겨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당장 어렵다 하더라도 향후 2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가, 어떤 분야를 육성하여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서 실행하라는 뜻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우리 영등포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세월 영등포를 기반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나 구청장, 지방의원들까지 어느 누구가 20년 30년 뒤의 영등포를 어떻게 키워가겠다는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고 구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킨 분들이 있었나 싶다. 그저 행사장에서 인사말이나 하고 산악회나 쫒아 다니고 악수나 하고 다니지는 않았는지를 깊이 반성해 볼 노릇이다.
우리 영등포를 문화도시로 육성할 것인지, 첨단 기술산업 도시로 키울 것인지, 교통 중심지나 상업 중심지로 키울 것인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도시계획을 가져야하고 어떤 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하고, 어떤 분야의 투자를 유치할 것인지를 깊숙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구민들이 알아야하고 앞장서야 한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저 동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이나 기울이면서 경제가 어렵다는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늘 이 모양 이 꼴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러면 평생 꼴같지도 않은 갑들의 갑질에 허무하게 당하는 힘없고 비겁한 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