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이현숙 기자] 1급 보안시설로 41년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연중 축제와 공연, 전시가 열리고 시민시장이 서는 복합문화공간 '문화비축기지'로 변신을 마무리하고 9월 1일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지난 1973년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석유파동에 국내 경기가 위기를 맞자 유사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해 시가 국고보조금으로 1978년 건설됐다.
건설 당시부터 1급 보안시설로 지정돼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으며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위해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위험시설로 분류돼 2000년 11월 폐쇄된 이후 일부 부지만이 임시주차장으로 사용되면서 10년 넘게 사실상 버려지고 방치됐다.
'문화비축기지'는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면적 14만 22㎡)의 부지 가운데에 공연, 장터, 피크닉 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열린공간이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6개의 탱크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산업화시대 유산인 탱크들은 물론 내외장재, 옹벽 등 하나부터 열까지 기존 자원들을 재생하고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했다.
가솔린, 디젤, 벙커씨유 같은 유류를 보존하던 기존 탱크들은 최대한 외부 원형을 살려 복합문화공간, 이야기관 같은 복합문화시설로 재생됐다. 뉴욕 애플스토어 같은 유리돔, 기존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해 만든 공연장, 탱크 상부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까지 문화비축기지만의 독특한 공간 특성을 활용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기존 탱크 원형 그대로를 살려 송유관 등 석유비축기지 조성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과 탱크에서 걷어낸 철판을 내·외장재로 재활용하고 조립해 카페, 회의실, 강의실 등을 새롭게 만들어낸 커뮤니티센터도 있다.
문화비축기지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해결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과 빗물저류조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서울시는 2년여에 걸친 공사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문화비축기지' 내부를 24일 사전 공개하고, 각 시설별 문화‧축제 프로그램과 관리방안 등 향후 운영계획을 소개했다. 일반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식개원은 9월 1일이며 개원기념 시민축제는 오는 10월 14일 개최 예정이다.
문화비축기지의 개원은 난지 쓰레기매립장을 이용해 연이어 조성된 평화의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과 최근 대부분 마무리된 상암DMC 조성사업과 함께 난지도 일대 생태 문화복합공간을 완성해 서북권역 녹색도시 서울의 상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종 푸른도시국장은 "문화비축기지는 쓰임을 다한 산업화시대 유산을 역사와 문화의 숨결은 보존하면서 새로운 쓰임으로 전환하는 도시재생의 대표모델이자 친환경 랜드마크"라며 "41년간 시민과 단절됐던 공간이 문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사람이 모이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