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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어가 안 돼서 무섭다"

영등포구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 등록 2025.10.08 11:29:17

 

[영등포신문=이천용 기자] 외국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으로 들어온 국제결혼 가정 자녀 A군은 학교가 아닌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로 향했다. 부모가 "어차피 공부할 머리가 아니니 한국어를 빨리 배워 일을 시작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2년 동안 정규 교육기관에는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센터만 다니다 아버지를 따라 막노동 현장으로 향했다.

진로를 찾지 못한 '중도 입국 청소년'의 가장 보편적인 사례다.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관계자는 지난 1일 이같이 전하며 이주 배경 청소년이 공교육을 받지 못한 채 생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센터는 이달 말부터 영등포·구로 등 이주민 밀집 지역에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을 발굴해 교육기관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 외국서 자라다 학령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청소년들

중도 입국 청소년이란 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학령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청소년을 말한다.

다문화가족·재외동포·전문인력·영주권자의 중도 입국 자녀, 북한이탈주민이 외국인과 결혼해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 등이 포함된다.

보통 부모가 결혼 이민자 등 비자를 받고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중도 입국 청소년은 내국인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국내 중도 입국 청소년 수는 1만1천987명으로 2014년(5천602명)의 약 2배가 됐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기관 중에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가 있다. 서울시가 설립하고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가 위탁 운영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17개 외국인 지원 시설 가운데 청소년 특화 기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지난달 18일 찾은 영등포구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강의실 PPT 화면에는 '이렇게 추운데 나나 씨는 또 운동하러 나갔나 봐요'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강사는 "보통 사람들은 '운동하면 살이 빠질 거야' 등 상황에 따라 이어질 결과를 추측한다"며 "그 추측과 반대되거나 상관없는 결과가 나올 때 '-은데도', '-인데도'라는 말을 쓴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ITQ 자격증 대비 등 역량강화교육, 생활 상담 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만 9~24세 중도 입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중도 입국 청소년 가운데는 중국·베트남 국적자가 가장 많다.

지난달 기준 올해 센터 등록 인원은 약 400명. 매일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오는 인원은 약 130명이다.

베트남·한국 이중 국적의 임나리(19) 양은 "베트남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 한국에 들어왔다"며 "지난 1년 동안 센터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해 서강대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내년 3월부터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센터에서 입시 요강이나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을 알려 준 것이 입학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온 김영연(17) 양은 "어렸을 때부터 조선족인 부모님께서 하시는 한국어를 들어와서 듣기는 잘했지만, 말하기는 자신이 없었다"며 "'대학 생활 한국어' 수업에서 발표 활동을 하고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으며 말하기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화학·신소재 연구원이라는 꿈을 위해 한국 대학에 관련 전공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밝혔다.

 

◇ 한국어 능력이 장벽…"10명 중 3명 학교에 못 가"

 

그러나 모든 중도 입국 청소년이 이들처럼 꿈을 찾는 것은 아니다. 언어 장벽과 정서적 불안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혜영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센터장은 "10명 중 3명 정도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센터에서만 지낸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런 현상이 더 심화했다"고 말했다.

주된 장벽으로는 언어가 꼽힌다. 이들은 대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정 형편이나 외부 요인으로 갑작스럽게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에, 충분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노병호 동신대 국제한국어학과 교수는 "한국어가 안 되다 보니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기초 학력 수준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로 통역을 붙여 주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어를 배워야 정착하는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도 흔하다.

신 센터장은 "상담하다 보면 '한국어가 안 돼서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며 "심리 검사 결과에서 불안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부모의 인식과 가정 형편이 중도 입국 청소년의 진로를 제약하기도 한다.

신 센터장은 "부모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공교육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부모가 진학을 권유해도 청소년 스스로 은둔을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친구가 없다 보니 카카오톡·위챗 등 온라인으로만 교류하며 집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센터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찾아 도움을 주기 위한 캠페인을 이달 말부터 진행한다. 이주민 밀집 지역의 식당이나 상가를 돌아다니며 다문화 지원 센터를 홍보할 예정이다.

신 센터장은 "부모와 아이가 기관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안 와도 된다. 다만 이런 기관이 있다는 걸 인지해 달라,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5월 중도 입국 청소년을 돕기 위한 '동행 커넥터'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언어·문화·정서 등 1대1 맞춤형 멘토링을 제공해 안정적 정착을 돕는 것이 골자다.

사업은 구로구·서대문구·성동구·영등포구 등 4개 자치구 가족센터를 통해 오는 12월까지 운영된다.

서울시 다문화담당팀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다 보니, 중도 입국 청소년에게 특별한 케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멘토링은 한국어 교육의 의미도 있지만, 아이들이 지역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 학교생활 적응, 진로 고민 등을 나눌 수 있는 정서적 지원의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청소년 센터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도 입국 청소년이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이주배경학생 연구단체 공동학술대회&제15회 성결대학교 이민정책포럼'에서 이정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중도 입국 가정 자녀는 학교 밖에서 도움을 주는 어른이 있을수록 빨리 적응한다"며 "글로벌청소년센터·지역사회아동센터·다문화 관련 센터 등 지역사회 전문 기관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어가 안 돼서 무섭다"

[영등포신문=이천용 기자] 외국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으로 들어온 국제결혼 가정 자녀 A군은 학교가 아닌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로 향했다. 부모가 "어차피 공부할 머리가 아니니 한국어를 빨리 배워 일을 시작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2년 동안 정규 교육기관에는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센터만 다니다 아버지를 따라 막노동 현장으로 향했다. 진로를 찾지 못한 '중도 입국 청소년'의 가장 보편적인 사례다.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관계자는 지난 1일 이같이 전하며 이주 배경 청소년이 공교육을 받지 못한 채 생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센터는 이달 말부터 영등포·구로 등 이주민 밀집 지역에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을 발굴해 교육기관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 외국서 자라다 학령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청소년들 중도 입국 청소년이란 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학령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청소년을 말한다. 다문화가족·재외동포·전문인력·영주권자의 중도 입국 자녀, 북한이탈주민이 외국인과 결혼해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 등이 포함된다. 보통 부모가 결혼 이민자 등 비자를 받고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중도 입국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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