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주민자치 시대 열어갈 수 있나
정호진 진보신당 영등포당원협의회 위원장
제6대 영등포구의회 첫 정례회가 지난 1일부터 14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구의회 의장,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정하기 위해 열렸던 지난 임시회에서는 자리를 둘러싼 의원들간의 다툼으로 구의회가 파행되기도 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제 영등포구의 살림살이를 점검하고, 조례를 제정할 정례회에서는 그런 불상사가 없이 구의원 모두가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지금 열리고 있는 정례회에서 어떤 안건들을 다룰 것인지 어디에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구의회 홈페이지에는 정례회의 일정만 나와 있을 뿐 안건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영등포구의회는 구의회의 안건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처리가 다 이루어지고 난 뒤에서야 공지해왔다.
구민들이 안건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구의회에 직접 전화해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 영등포당원협의회가 알아본 바로는 이번 정례회에서는 결산과 추경예산 승인안, 그리고 아동·여성에 관한 보호 조례 등을 처리한다고 한다.
물론 구의회에서 다룰 안건을 사전에 공지하는 것은 법으로 규정된 구의회의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도입 취지를 생각한다면 구민들에게 미리 안건을 알리고 의견 수렴 및 구민 반응을 살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다.
선거는 당선자들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고 4년간 그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인가하는 행사가 아니다. 선거는 유권자의 대표를 뽑는 절차일 뿐이며, 주민들에 대한 충실한 보고와 의견 대변이 당선자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그렇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습대로라면 구민들은 무슨 안건이 다루어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어떤 조례가 제정되었는지도 모르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일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법안 처리가 어째서 문제인지를 잘 보여준다. 2007년에는 마포구의회에서 안건 사전공지 없이 의정비 인상을 처리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이번 영등포구의회 정례회에서 상정된 조례안 중에서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아동·여성에 관한 보호조례 등이 있다. 특히 이 조례는 재발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지역사회의 노력을 비롯해 피해자의 치료, 상담 지원 등 구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보완이 필요한 조례이다. 그러나 공청회 등 아무런 의견수렴도 없이 상정된 채 14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의회에서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법안들을 처리하면서 그 과정을 이렇게 비공개로 하게 된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영등포구의회는 주민들에게 의회에서 다룰 내용을 미리 알리고 의견을 수렴해 풀뿌리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로 가는 진정한 주민자치 시대를 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