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당산중학교 2학년 1반)
작년 여름 방학 때 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영어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어렵게 생각하는 나에게 부모님은 한 달간의 호주 스쿨링 캠프를 권유하셨다.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이 전부였던 내가 혼자 그 먼 나라로 가서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오기가 발동하여 드디어 한 달간의 영어 캠프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공항에서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마치 홀로 우주에 남겨진 것처럼 초조하고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마치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는 것과도 같은 설레임과 벅찬 감정이 두 주먹을 꼭 쥐게 만들었다.
내가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영어로 된 간판들이었다. 영어로 된 간판, 영어로 된 표지판,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한 달 동안 있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고 걱정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는 달리 나는 이곳에 금방 적응을 하게 되었다. 홈스테이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모두 친절하셨고, 나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셨다. 항상 나의 의사를 존중해주셨고, 실수도 웃으며 용서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내가 다녔던 Caloundra Christian College 학생들은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나를 위해 먼저 말을 걸고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동양인들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없던 나를 그 아이들은 너무나도 좋아해주었고, 나도 그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더 잘해주고 싶어졌다.
덕분에 내가 호주에 머무는 동안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었다. 호주 학생들과 학교 수업을 들을 때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통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차츰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나라와 다른 수업 방식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ESL class는 John Yates선생님이 진행해 주셨다. 학원처럼 지루할 것 같았는데 너무 재미있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우리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으셔서 최대한 우리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셨다.
매일 쓰던 일기장도 신경 쓰이실 텐데 한 명도 빠짐없이 항상 첨삭 지도를 해주셨다. CCC의 inte rnational담당이신 Mark Spencer선생님도 우리에게 많은 기대를 하시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도해주셔서 정이 흠뻑 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홈스테이 가족이었던 로버트, 밀라 부부와 나보다 두 살 위인 레베카는 내가 가는 것을 너무 아쉬워하셔서 다시 호주를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나올 수 있었다.
여름 방학 호주 캠프로 내가 얻은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친구를 얻었다는 점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호주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호스트 가족들은 연락을 끊지 않고 MSN, Skype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웹캠으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고 대화할 수 있어 더욱 친밀감이 생겼고, 직접 만났던 아이들이라 인터넷으로만 만나던 외국 친구들보다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호주에 가서 나의 친구들을 만나고 호스트와의 약속도 지키고 싶어져 부모님께 열심히 공부를 해서 목표를 달성하면 호주에 보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노력한 결과 다시 호주를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겨울 방학, 다시 호주에 갔을 때는 처음과 달리 어색하지도 겁나지도 않았다. 나를 기억해주시는 선생님도 여러분 계셨고 학교 친구들은 모두 나를 반가워하고 내가 다시 온 것에 대해 신기해 했다. 나는 저번보다 더 빨리 새로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홈스테이 아줌마와 아저씨는 나를 한 가족처럼 생각하고 전보다 더 아껴주셨다. 지난번 호주 캠프보다 시간도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주의 문화와 관광지를 볼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호주의 인디언 어보리진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 신기했고, 어보리진의 문양과 부메랑, didgeridoo를 직접 만져볼 수 있어 좋았다.
친구들이 열 마디를 하면 그중 한 문장도 알아들을까 말까 했던 내 듣기 실력은 열 마디 중 여덟 마디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고, 처음에는 단어만 더듬더듬 얘기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문장을 구성해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곳에 와서 가장 만족하는 것은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영어라면 지겹고 재미없고 어려운 것이라고 단정지어버리던 내 생각을 호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바꿔주었다.
호주 덕분에 나는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영어를 좋아하게 됐다. 물론 외국에서의 캠프가 모두 영어 실력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두 번의 해외 캠프를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캠프에 참가한다면 적극적으로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참가자들 중에는 같이 간 한국인끼리만 어울리느라 국내 캠프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오는 친구들도 종종 있다. 해외에 나가서 영어를 배우겠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지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통해 나는 소중한 것을 얻었다. 가장 큰 것은 ‘세계는 하나라는 것’이며 ‘마음을 열면 말이 통하던 안 통하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12월에는 호주 친구인 줄리엣이 우리나라에 오기로 했다. 한국을 좋아하는 줄리엣은 나와의 친분을 통해 한국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나로 인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을 배우겠다고 한다. 그 수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내가 우리나라를 알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이번 캠프룰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큰 꿈을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