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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립합창단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가장 모차르트다운 연주"

  • 등록 2024.09.15 10:13:45

 

[영등포신문=신민수 기자] "모차르트를 가장 모차르트답게 들려준 연주였다."

지난 13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합창단의 제199회 정기연주회는 스물네 살 모차르트의 활력이 넘치는 교회음악 '참회자의 엄숙한 저녁기도'로 시작해 죽음을 앞둔 서른다섯 살의 미완성 '레퀴엠'(진혼곡)을 거쳐 짧은 합창곡 '아베 베룸'(성체찬미가)으로 마무리됐다. 단 한 순간도 무대와 객석의 몰입이 흐트러지지 않은 보기 드문 연주회였다.

민인기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국립합창단과 라퓨즈 플레이어즈 그룹을 지휘했다. 1부 '참회자의 엄숙한 저녁 기도'는 첫 곡 '딕싯 도미누스'(주님께서 말씀하시길)의 장쾌한 4성부 독창자들과 합창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6개 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5곡의 가사가 구약성경의 시편 110∼117편에서 나왔다.

2곡 '콘피테보르 티비 도미네'(내 마음 다하여 그분을 찬송하리라)는 생기 넘치는 합창의 신선한 에너지가 객석을 들뜨게 한 곡이었다. 3곡 '베아투스 비르'(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를 거쳐 4곡 '라우다테 푸에리 도미눔'(찬미하라, 주님의 자녀들아)에서 앞의 곡들과는 다른 단조 감각을 살려 '가난한 이들과 가여운 이들을 들어 올리고 일으키는' 사회 전복적 신을 찬미하는 합창단의 표현력이 돋보였다.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으로 이루어진 가장 유명한 5곡 '라우다테 도미눔'(주님을 찬미하라)에서 소프라노 임선혜는 청아하고 초지상적인 음색뿐만 아니라 충만한 행복감을 전염시키는 특유의 무대 매너로도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독창을 마치고 합창이 음악을 받아 이어갈 때 합창단을 둘러보는 그의 미소와 눈길은 무대 위의 모든 연주자를 천상의 존재로 보이게 했다. 마지막 6곡 '마니피캇'(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은 원래의 조성인 C장조로 돌아와 화려하고 활기차게 마무리됐다.

1부에서 백색과 은빛 의상으로 천상의 분위기를 연출했던 솔리스트들과 합창단원들은 2부에서 '레퀴엠'에 어울리는 검은색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와 엄숙한 분위기로 연주를 시작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작곡가가 최고의 오페라 걸작들을 연이어 탄생시킨 말년의 작품인 만큼 상당히 드라마틱한 특성을 지녔고, 지휘자들은 이 작품의 극적 효과를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도 민인기가 이끄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 내적인 드라마 진행에 충실한 균형 감각을 보여주었다. 구원에 대한 격렬한 갈망을 표현하는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와 '콘푸타티스'(사악한 자들) 등에서 휘몰아치는 템포와 과장을 택하는 대신 섬세하고 정교한 음영과 음색의 차이로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모차르트 음악에 적합한 40명가량의 오케스트라와 50명이 조금 넘는 합창단, 그리고 이런 편성에 어울리는 음량을 지닌 솔리스트들을 캐스팅한 점도 이상적이었다. 소리의 공명이 적절한 콘서트홀에서 이 모든 소리는 지극히 선명하고 아름답게 울렸다. 메조소프라노 김세린은 명료한 음색과 안정적인 가창, 깊이 있는 표현력을 보여줬고, 소프라노 임선혜의 투명한 음색과 매혹적인 조화를 이뤘다. 테너 존 노는 교회음악에 어울리는 깨끗하고 청량한 음색으로 가사의 의미를 마음에 더욱 와닿게 했고, 바리톤 이응광은 일반적인 베이스와는 차이가 있는 부드럽고 밝은 음색으로 서정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가창을 들려주었다.

관객들은 열광적인 커튼콜로 감동을 표현했고, 앞서 연주한 악곡의 분위기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이어간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은 앙코르곡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텍스트의 번역에서 자주 등장한 '신'이라는 단어였다. '레퀴엠'은 가톨릭교회의 장례미사에 쓰이는 전례음악인 만큼, 미사통상문에 사용하는 번역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 '주님' 또는 '하느님'이라는 번역어가 들어갈 자리에 계속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전체 텍스트가 어색해 보였다.

국립단체 또는 시립단체의 공연 작품 선정에 있어 '종교성을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레퀴엠' 같은 교회음악 작품의 공연은 연주자의 신앙을 드러내는 표현이 아닌 인류 문화유산의 일부를 소개하는 행위다. 프로그램 북의 라틴어 곡명에 우리말로 번역한 곡명을 달아주는 친절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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