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십 연구소 소장
정치학박사 이경수
리더십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아마도 2002년 월드컵이 아닌가 한다. 당시 세계 축구의 변방에 불과하던 한국 축구가 비록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이었지만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이루자 전 세계가 깜짝 놀라게 되었고, 월드컵이 끝 난 후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세계 4강에 이른 원인들에 대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 가장 호응과 설득력을 얻은 분석은 바로 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으면서, 일체의 선수선발권을 감독이 행사함으로써 그 동안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박지성, 송종국, 이영표, 김남일과 같은 선수들을 발굴해 냄으로써 명성이나 학연보다는 오로지 실력이 제일이라는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발휘하였으며, 대표팀 소집 이후 전술 훈련보다는 기초 체력 훈련을 강화함으로써 90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과 기동력을 갖춤으로써 모든 운동의 기본은 체력이라는 원칙의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한국 사회에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회자시키고 대중화 시켰으며, 이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올바른 리더십이 발휘된다면 경제성장률을 1% 정도는 상승시키는 요인으로도 분석될 정도로 리더십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가치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리더십 연구는 아이러니칼하게도 민간 부분이 아닌 1945년 미 국방성에서 처음으로 연구되어 졌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 난 이후 미 국방성에서는 실패한 전투와 성공한 전투를 비교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전투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대부분 지휘관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올바른 리더십을 갖춘 지휘관이 지휘한 전투는 성공하였지만 리더십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휘관이 지휘한 전투는 대부분 실패하였다는 결론을 얻고, 이 때부터 올바른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군 지휘관의 리더십 가운데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용기·결단성·작전지휘능력·솔선수범 등등 상식적으로 군 지휘관이 갖추어야 할 품성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를 아는 지휘관이 최고의 지휘관이라는 점이다. 명예를 아는 지휘관은 누구보다 용기가 있고, 작전 지휘 능력도 뛰어나고 솔선수범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우리 사회에 군에 관한 갖가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군 내 폭력사고, 성 추문 사고, 총기 사고, 심지어는 4성 장군이 술에 취해 추태를 보이는 일 등등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과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군에 자식들을 보낸 부모들은 자식들의 안전 때문에 전전긍긍 하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에 가지 않으려는 군 기피 사고가 42%로 급증하였다고 전한다. 이 모두가 군의 명예를 경시하는 풍조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피격 사건이 일어나자 청와대 지하 상황실에 모인 국가 안보위원회 핵심 인사 들 중에서 병역을 필한 사람은 국방장관을 포함한 불과 2~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우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이 명예보다는 보신주의와 출세지향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제 대부분 80이 넘으신 6.25 참전 용사들에 대한 수당이 불과 월 20만원도 안됨으로써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을 하는 반면에, 민주화 유공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억대가 넘는 보상비를 챙기는가하면, 심지어는 군에도 안 갔다온 새파란 국회의원이 60이 가까운 장군들에게 호통을 치는 이런 세상에서 어느 누가 군의 명예를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릴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세상에서 진실로 명예를 아는 지휘관이 있을 리 만무이며, 그러니 군 내에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군의 명예는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군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명예를 잃어버린 지휘관은 스스로 계급장을 떼어내고, 극단적이지만 할복이라도 해서 스스로의 명에를 지켜야 한다. 또한 국민 모두가 군의 명예를 지켜질 수 있도록 한 마음 한 몸이 되어야 한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 하며, 그 최 일선에 군이 있고 군은 명예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