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어로,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앞다투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중심 경영 활동과 역량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 의무는 외면하고 있어 ESG 경영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민간사업체는 전체 직원 중 3.1%(공공기관 3.4%)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의무고용률을 미충족한 기업들은 '장애인 의무고용 불이행 기관'으로 선정돼 명단이 공개되고, 미충족 인원에 따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59개 기업·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 불이행 명단에 올랐다. 대기업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장애인고용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지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제도를 잘 이용하면 얼마든지 장애인고용을 할 수 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거해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로서 경쟁적 노동시장에서 직업 활동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자연스럽게 충족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자회사 설립을 통해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모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해당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장에 대해서는 최대 10억원의 지원금과 고용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어 대기업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 이밖에 고용장려금과 고용시설자금 저리 융자, 직원을 채용할 때 보조금 지급, 직업생활 상담원과 작업지도원을 채용할 때 일정 기간의 지원금 지급, 장애인 고용가능 직무 선정, 인력풀 제공, 고용관리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대기업 중에는 이 제도를 활용해 장애인고용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이 제법 있다. 국내 첫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포스코가 100% 출자해 설립한 포스위드(Poswith)로 2008년 1월 1일 출범해 4월 24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이후 삼성, LG, SK,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이 참여해 현재까지 112개소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설립되어 운영 중이며, 고용된 장애인근로자수는 5,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대기업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장애인고용을 실천하기 보다는 장애인고용 미이행에 따른 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기업들이 ESG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성장을 도모해 나가기 위해 ‘장애인의무고용률’을 ESG 평가에 반영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