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신문=변윤수 기자] "명절 연휴 퐁당 근무는 이제 예삿일도 아니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최장 열흘간의 연휴 넷째 날이자 추석인 6일 오전 광주소방안전본부 소속 소방교 김군호(29) 씨는 일찌감치 일터인 119 종합상황실로 향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상황실 근무를 자원해 주중·주말·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사고로부터 시민들을 지켜내고 있다.
지난 설 연휴에 이어 상황실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명절이어서 사고에 대응하는 업무가 익숙하지만, 그의 어깨는 좀처럼 가볍지 않다고 했다.
명절 기간 종종 타지역 방문객들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정확한 위치 파악이나 신속한 대응을 위해 여느 때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긴장감 속에서도 쉴 새 없이 울리는 상황실 전화음이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제가 아니면 누가 하느냐"고 미소를 지었다.
김 씨는 "지난 추석 연휴에는 한 시민이 몸에 스스로 불을 붙이는 일도 있었는데, 발 빠르게 대처하자는 생각뿐"이라며 총총히 자신의 근무 자리로 이동했다.
365일 24시간 경광등이 켜져 있는 경찰서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북부경찰서 우산지구대가 일터인 경사 남기영(34) 씨도 시민들의 치안을 위해 추석 연휴를 잊은 지 오래라고 했다.
"퇴근하면 야식 같이 먹자"는 짤막한 말을 배우자에게 남겼고, 전날 야간 근무로 힘들었을 동료 생각에 새벽 댓바람부터 출근길에 올랐다고도 했다.
남씨는 "결혼한 지 3년이 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라고 말했다.
사회필수요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노동자들도 온전하게 명절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광주지회 임철우 사무국장(35)은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배달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명절이면 도로 통행량이 많아 교통 여건이 좋지는 않다"며 "하지만 내가 조금 불편하면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오피스텔에서 근무하는 경비반장 유한솔(68) 씨도 "명절을 쇠러 온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주민들이 풍성한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며 "명절에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위해 땀 흘린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