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6 (화)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종합

[기고] ‘영등포문인’ 없는 ‘영등포문학상’ 누구의 작품인가?

“소통 없는 ‘보여주기식 관내 행사’가 아닌, ‘영등포문학’ 상징하는 영등포 문인,
예비 작가들의 자랑으로 거듭나야”

  • 등록 2024.08.05 10:47:28

 

“문인들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풍요로운 문화도시 영등포를 만들어가겠다”(최호권 영등포구청장, 2023. 11. 구상문학상 축사 중)

 

영등포구는 구민의 문학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역량 있는 문인을 발굴하기 위해 ‘영등포문학상’과 ‘구상 한강백일장’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이 두 문학상은 지자체에서 주최, 제정한 문학상으로는 드물게 많은 기성작가와 ‘내일의 김소월, 구상, 한강’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영등포문학의 대표 상징’으로 성장해왔다.

 

영등포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등포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상들이 제정되고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실로 기쁘고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한국 문학의 발전과 저변 확대 차원에서도 이는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한 우리 영등포구의 큰 자산이다.

 

 

이는 줄곧 구민들에게 ‘문화도시 영등포구’를 약속하며 이 부문에 아낌없는 지원과 후원을 해 온 전 ·현직 구청장들의 노력과 영등포 지역 예술단체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 그리고 무엇보다 ‘윤중로의 흐드러진 벚꽃 길과 샛강다리 및 눈부신 한강 줄기, 내 이웃의 하루 이야기로 넘쳐나는 영등포공원’을 사랑하고 아껴온 수많은 영등포‘문학소년, 문학소녀’들의 꿈과 문학적 자긍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등포 문학’과 ‘영등포 문인’이 배제된 ‘영등포문학상’은 그 태생적 한계와 운영상의 불통으로 향후 그 성장성과 존재 가치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우려와 갈등을 주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지역의 문화예술 자산과 가치가 꽃피우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창의성이 요구되며, 무엇보다 민·관의 끊임없는 소통과 노력, 협력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는 자명한 이치이고 상식이다.

 

이에 필자는 지면을 빌려 영등포를 사랑하는 구민의 한사람으로, 또 영등포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과 함께 살아오고 또 살아야 할 영등포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등포구청의 문학상 제정과 운영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향후 함께 소통해 나아가야 할 화두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구 문학상의 제정과 운영, 심사에 대한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영등포구청은 기획, 자문, 운영에 있어 우리 구 문인협회와 협업하고 참여를 공식화하여야 할 것이다.

 

 

영등포구청이 ‘영등포문학의 요람이요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한국문인협회 영등포지부를 각종 구 문학상의 제정과 운영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지난 2010년 시작된 구상문학상과 2017년 제정된 영등포문학상은 적지 않은 우리 구의 예산이 소요되는 구민의 행사다. 영등포구청은 마땅히 현행 문학상들은 물론 향후 문화 관련 행사의 기획, 진행에 있어 관내 문화 관련 단체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진행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자존심 상한 영등포 글쟁이들의 불평불만이나 지분요구가 아닌 영등포구와 영등포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존재감과 긍지 상실에 대한 우려이고, 우리 구 문학상의 권위와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영등포문인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문중 비애에 영등포구 문학상의 탄생 배경과 성장을 알지도, 돕지도, 키우지도 못한 채 먼발치에서 바라보기조차 어려운 영등포문인들의 위상과 처지가 투영되는 것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여하튼 참으로 희한하게 보기 드문 광경이다.

 

둘째, 권위와 격에 맞는 행사의 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무릇 어떤 행사나 상의 시상에는 권위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권위’는 ‘권위적’, ‘형식적’, ‘관료적’이라는 말과는 아예 차원과 뜻이 다른 ‘품위와 격식’그리고 ‘전통’이라는 수준 높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권위는 격에 맞는 형식과 절차, 선정에 참여하는 인원의 전문성과 업력, 나아가 공정하고도 투명한 심사 과정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이여야 많은 사람이 호응하고 인정하며 상을 받고자 노력한다. 또한 상을 받는 이 역시 수상자로서의 자긍심을 갖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 있는 단체의 형식과 룰을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다.

 

적어도 우리 구를 대표하는 문학상을 기획하고 선정하고 집행하는 책임 있는 사람과 조직이라면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고민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공모전 지원자격에 작품 활동 이력 및 작품집 제출조차 명시되지 않고, 일천만 원의 시상금을 내건 공모작 선정을 백일장처럼 운영하는 행태 또한 필자의 40년 문단 인생에 처음 보는 장면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영등포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럽고 허탈감마저 드는 일이다

 

끝으로, 영등포구청은 관내 문화예술단체를 ‘문화도시 영등포구’를 함께 만들어 나갈 진정한 동반자이자 협력자로 인식하고 소통하기 바란다.

 

필자는 우리 구의 구상문학상 초기 제정을 기획할 당시 다음과 같은 구청장의 포부를 들은 바 있다.

 

“구상문학상 제정은 우리 영등포구의 자랑이다. 또한 영등포 문인들의 자존감마저 올리는 귀한 문학상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참여하고 여기서 배출된 영등포의 문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멋진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관내 여러 문인들의 고견을 꾸준히 듣고 협조를 구하겠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차고 뿌듯한 이야기이다.

 

물론 현재까지 구상기념사업회가 이 상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 점은 늘 가슴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영등포의 문인이 영등포구가 제정한 이 상에 예심조차 참여할 수 없는 현 제도와 관행, 그리고 어떤 작가가 상을 받았을까 하는 기대에 찬 흥분과 설레임마저 지면을 통해 대신해야 하는 현실이 오늘날 영등포문인의 한 구석을 저리게 한다.

 

‘문화도시 영등포구’는 구청과 관내 각 분야의 예술단체들과 함께 지혜를 모을 때 그 성장 동력과 잠재력이 채워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시간에도 우리 영등포 지역문화예술의 성장과 가치를 힘써 주시는 영등포구 모든 문화예술 관계자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를 드리며 영등포와 영등포문학을 사랑하는 영등포 문인들의 마음을 모아 글을 전한다.

 




가장많이 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