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은 선출했지만… 상임위 구성 어쩌나
의장 ‘직권상정’ 예고, 민주 ‘무력충돌’ 불사
제6대 영등포구의회가 의장단 선출 등 원구성을 둘러싼 소속 정당간 감투싸움으로 상임위원장 선출과 개원식이 연기되는 등 출발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의회는 지난 7일 오전 원구성을 위한 제15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6대 전반기 의장에 한나라당 소속인 5선의 박정자 의원(신길6·대림1.2.3)을 선출한데 이어 9일 한나라당 소속 재선의 김종태 의원(신길1·여의동)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상임위원장 선출 및 상임위원 배정 등은 소속 정당간의 갈등으로 결국 실패했다.
이에 따라 원구성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갈등으로 상임위원장 선거는 별도의 타협점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당초 의회는 임시회 첫날인 7일 오전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운영, 행정, 사회건설위원장) 선출 등 원구성을 마무리하고 오후 개원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앞서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자리배분 등 원구성을 둘러싼 소속 정당 간 감투싸움으로 중단된 부의장 선거는 개원 첫날부터 파열음을 내며 6대 의회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박정자 의장 ‘한나라 입당’ 갈등의 불씨
이번 파행사태는 7일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촉발됐다. 이날 1차 본회의 의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박정자 의원이 전체 17석 중 9표를 얻으며 8표를 얻은 민주당 소속인 3선의 고기판 의원을 한표차로 누르고 6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어 부의장 선거가 예정됐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부의장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며 선거도 치르지 못한 채 오후 내내 정회로 이어졌다.
결국 이날 의원들은 뚜렷한 입장차로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 개원 첫날부터 마찰을 빗으며 1차 본회의가 파행됐다.
애초 영등포구의회는 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 8석, 민주당 8석, 무소속 1석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무소속 5선 고지에 오른 박정자 의원이 최근 의장선거를 앞두고 전격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양당 의원들간 대립에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 박 의장의 입당에 따라 6대 구의회는 한나라당 9명, 민주당 8명으로 팽팽하던 과반의 균형이 무너지며 한나라당이 다수석을 확보하게 됐다.
민주당 의원 불참속 회의 강행 또다시 파행
다음날 8일 오전 10시로 연기된 부의장 선거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출석하지 않은 채 제2차 본회의가 개회된 것.
이날 오전 10시 정각에 본회의를 개회한 박정자 의장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출석을 기다리지 않은 채 곧바로 정회를 선포했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했다.
퇴장 직후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 개회를 강행한 박 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또다른 갈등의 불씨로 재점화됐다.
이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화합 차원에서 등원할 계획으로 본회의 개회 시간인 10시 전 의회에 도착했지만 출석을 기다리지 않은 채 의장의 권한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다수당의 횡포는 물론 구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소통과 리더십이 없는 의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박 의장은 “본회의 개회 시간에 맞춰 회의를 개회한 것이지 안건 처리를 위해 고의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양측 대표 각 2명씩을 내세워 협상에 나섰지만 별도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2차 본회의 또한 파행으로 끝났다.
한나라 의원 9명 부의장 선거 강행
임시회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10시 제3차 본회의 역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속에 개회됐지만 결국 또다시 정회가 선포됐고, 오후 4시가 넘어서야 회의가 속개됐다.
그러나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 9명만이 표결에 참여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며 부의장 선거는 강행됐다.
결국 이날 부의장 선거는 반쪽선거로 치러지며 전반기 의장단 구성을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예정됐던 상임위원장 선거는 별도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12일로 연기됐다.
회기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개회된 제4차 본회의 또한 아무런 협상 없는 정회가 오후까지 이어지다 결국 상임위원장 선거는 무기한 연기된 채 임시회가 폐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날 한나라당 소속 이재형 의원은 “특정 의원 개인의 이익이 결국 정당간의 대립으로 비하시켰다”며 “특히 일방적인 회의 불참은 지방자치법 위반은 물론 의회와 구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진통 끝에 전반기 의장단은 구성됐지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양당간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박정자 의장이 12일 임시회 폐회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다음 회기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 처리하겠다고 예고해 양당 의원간의 몸싸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원식도 하지 못한 영등포구의회의 파행이 6대 전반기 시작부터 반쪽의회로 얼룩졌다는 구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오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