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칼럼리스트
지난 7월 1일 제5기 지방자치가 취임식을 시작으로 개막됐다. 지난 4년간 지역을 위해 나름으로 애쓰고 떠나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새로이 선출된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들에게는 기대해 마지 않는다. 그동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지방자치를 지켜 본 필자의 솔직한 심정은 부정적이다. 어느덧 지방자치제도가 성년이 되었지만 나이 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속빈 강정이랄까? 덩치만 컸지 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영등포구의 지방자치는 시작부터 삐걱대며 많은 상흔을 남겼다. 역대 구청장 중 민선4기 구청장을 제외하고 모두 중도 하차하는 진 기록을 갖고 있다. 이번 만큼은 지난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오죽하면 지방자치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선거 때마다 고개를 들까.
이렇듯 지방자치제도를 왜곡 시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도가 문제인 듯 싶다.
공천도 인사다 그러나 지방선량을 뽑는 인사는 첫 단추 부터 잘못 끼워져 있는 것 같다. 인사가 만사라 했는데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공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주민과 당을 위해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공천에 영향력을 가진 자들에게 충성하는 것이 기준이요 잣대인 것 같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인물보다 돈 다발 공천에 더 가깝다는 말이 상식처럼 회자되고 있다. 능력은 뒷전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좋은 목민관을 기대하기란 가뭄에 콩나듯 어렵지 않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그저 되고 보자는 의식이 더 큰 문제다.
자리만 차지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자리를 차지하기에 앞서 그 자리가 자신에게 적당한가? 냉철히 성찰하고 역량이 부족하다면 부단히 노력하는 염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17세기 초 스페인 신부 ‘디에고 데 반또하’가 한문으로 저술한 칠극(七克)에서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영화롭게 생각한다.” “그러나 소인은 높은 지위에 있으면 오히려 모욕을 당한다.” 비유하자면 원숭이가 지붕위에 올라가 앉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존귀하거나 영화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비웃는 것과 같다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자리를 탐하거나, 자리만 차지하고 제대로 자리 값을 못하는 자는 지붕위의 원숭이처럼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민선5기 지방선량들의 역량을 한 번 더 기대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