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대장동 개발 의혹, 일명 '화천대유 사건'으로 시끄럽다. 대체 화천대유가 뭔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4년 성남시장으로 있던 시절,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상가 등을 짓는 개발사업이 있었고 이 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천문학적인 이윤을 벌어들여서 발생한 사건이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1만6000명 규모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에 약 1조5000억 원 정도의 개발비가 들었는데 여기에서 개발이익이 약 1조 원 가까이 발생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과 관이 공동으로 '성남의뜰'이라는 PFV(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를 설립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자본금의 50%인 25억 원을 내고, 나머지를 민간사업자들이 댔다. 그중에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1%인 5000만 원을 냈고,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씨와 그의 가족·지인 등 6명이 세운 자회사 '천화동인 1호~7호'가 3억 원(6%)를 내고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성남의뜰' 자본금의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이익 중 1822억 원을 배당받았는데 7%를 댄 화천대유 관계자 7명이 4040억 원을 배당을 받으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당시 사업을 승인을 해준 이재명 지사가 관여한 게 아닌가' 그 배경에 대해 의심을 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기막힌 우연의 향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대장동 개발 의혹사건'과 관련해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인가'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연일 공방을 벌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화천대유를 둘러싼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때 다수의견을 낸 권순일 전 대법관이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두 달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됐고 월 15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변론을 맡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 2018년부터 화천대유 자문변호사로 활동했고, 강찬우 전 지검장이 2015년 '대장동 로비사건' 수사를 지휘했는데 당시 피고인이었던 남욱 변호사(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1·2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로부터 부실 수사 지적을 받고도 검찰이 끝내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2015년 화천대유가 설립될 당시 입사를 해서 직원으로 일했고, 2021년 1월 퇴사를 하면서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천대유 사건은 '곽상도 게이트'로도 번졌다.
또한 박근혜 정권 김수남 검찰총장,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특검, 최순실의 변호인이었던 이경재 변호사, 원유철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등장한다.
급기야 화천대유의 불똥은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이자 검찰총장까지 역임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에게까지 번졌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이자 천화동인 3호의 이사인 김명옥씨에게 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2019년 서울 연희동의 단독주택을 팔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화천대유에서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건지 국민들은 도무지 모를 지경이다.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가? 이들 모두 이것이 모두 우연이라고 주장한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기막힌 우연의 향연이다.
진실을 밝힐 공은 이제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이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도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개발 의혹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화천대유 연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더 이상의 공방은 의미가 없다. 국가수사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검이냐 국정조사냐를 따지면서 공방을 하고, 의혹 관련자를 탈당시키며 꼬리자르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과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재명 지사 역시 본인이 결재권자일 때 벌어진 사건이고 본인이 설계했다고 밝힌 만큼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본질은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인가'가 아니다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인가',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왜 부동산 개발사업에 천문학적인 이윤이 발생하며, 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지하기 위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법조인·회계사·국회의원 등 기득권 카르텔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가다.
대장동 하나를 개발하는 데만 1조 원의 이윤이 발생했다. 이 이윤은 대장동 개발 호재에 따른 토지값의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럼 이 돈은 다 어디서 오는 것인가? 대장동에 입주하는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결국 대장동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마련한 돈이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이익으로 고스란히 지불되는 것이다.
우리는 진지하게 되물어야 한다. 정말 이런 방식으로밖에 부동산 개발을 못 하는가? 왜 이런 천문학적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발생시키면서 그 비용을 고스란히 시민들이 지불하고 고통받아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대장동과 같은 신도시를 개발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토지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나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학교, 공원 등 공공시설 설치와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건설 등 '공공의 필요'에 의해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토지강제수용권'을 가지고 있다.
공공이 '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면 그 지구에 속한 토지는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 등 민간 재산권에 제약이 가해지고 수용과정에서 원하는 값을 다 받지도 못한다. LH나 SH같은 공공기관이 토지를 수용해서 주택 건립을 위한 택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공공의 목적'을 위해 어렵게 조성한 토지를 그동안 민간개발업자들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개발을 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민간개발업자들이 그 땅을 사는 순간부터 부동산 개발을 통해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벌어들이는 모든 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조성한 택지를 민간업자들에게 되파는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토지강제수용권을 가지고 조성한 토지는 민간에게 팔지 말고 공공이 소유를 해야 한다. 공공이 소유한 토지 위에 건물만 지어서 파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주택과 상가로 개발을 하면 지금의 반값으로도 건축할 수 있다. 부동산 개발의 비용 대부분이 토지를 매입하는 데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은 소유하되 팔 때는 공공에 되파는 환매조건부 주택을 공급하면 공공기관은 매수권을 갖고 공공이 조성한 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이 매입시 분양시 정한 가격이나 최초 분양가에 정상 이자율을 적용한 가격으로 결정하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도 차단할 수 있다.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조성한 택지는 민간 매각을 금지하는 것. 이것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첫걸음이다.
오세훈 '스피드 민간재개발'은 제2의 대장동 사태 불러올 것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요점은 서울 시내 민간재개발의 대표적인 규제로 꼽히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는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서 정비구역 지정에 걸리는 기간을 5년 이상에서 2년 이내로 단축시키고, 주민 동의 절차도 세 번에서 두 번으로 간소화시키기로 했다.
여기에는 '공공기획 민간재개발(신속통합기획)'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공공성이 높은 사업으로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이것의 본질은 공공이 책임지고 재개발에 나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개발 속도를 높여 민간개발회사들의 부동산 개발이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시가 재개발구역을 지정하면 여기에 민간개발업자들이 들어와서 천문학적인 개발이윤을 남기는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은 대장동에서 발생한 모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간소화된 절차와 낮아지는 동의율 기준으로 인해 서울 곳곳에서 전면적인 철거방식의 무분별한 재개발이 남발되고, 뉴타운사태에 버금가는 주민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것이며 치솟는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집 없는 세입자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20대 대선을 앞두고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패러다임은 전환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대선주자들은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인가' '특검이냐 아니냐' 등 의미 없는 정쟁을 멈추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유력 대선 주자들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는 나라를 만들겠다. 그 방법은 이것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 지긋지긋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잡아야 부동산 토건 비리 카르텔을 없앨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이 살고, 청년세대가 살고, 나라가 산다.